"어허! 애석한지고.... 어찌 기장을 심을 땅에 삼을 심었단 말인가? 쯧쯧....." 신라 제49대 헌강왕이 등극한 이듬해 4월, 송악의 호족인 왕융은 송악산을 마주한 벌판인 금돼지터(금돈터)에 자신의 집을 짓는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.그런데 지나가던 한 객승이 그 모습을 보고 탄식하듯 그렇게 읊조렸다.객승은 근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서 잠시 땀을 식히며 한마디 더 덧붙였다."이 집의 주인은 사리에 밝아서 이곳을 집터로 골랐는가? 그렇다면 그 역시 혜안이 있는 이로세."처음에는 지나가는 객승의 객쩍은 소리로만 듣고 있던 왕융의 부인은 무언가 짚이는 구석이 있어 얼른 남편을 찾았다."지금 요 앞 느티나무 아래에 한 객승이 앉아 있는데 우리 집터를 보고 기장을 심을 땅에 삼을 심었다 하며 이 집터의 ..